넷째 날
버스는 세계에서 8 번째로 아름다운 성당이라는 산토 도밍고 성당이 있는
프에블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다 함께 묵주기도를 마치고
밖을 보니 벌판 끝 높은 산에서 수증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말로만 듣던
활화산이다. 주유소에 잠깐 내려 힘들게 볼일을 보고 잠시 활화산을 배경으
로 사진을 찍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휴전선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할일
다 하면서 살아가듯이 여기 사람들은 활화산을 옆에 두고도 무심한 것 같
다. 조금 마른듯하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개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
가와 철퍼덕우리발앞에누워버린다.여기사람들이개를아주좋한다고
하더니 사람에 대한 어떠한 불안도 경계심도 없는 것 같다. 믿음이라는 것
은 저런 것 아닐까. 우리에게는 신기한 풍경이다.
도시 주변으로 산업지역이 많다는 프에블라로 들어가니 공장들이 많이 보
인다. 외부는 코린트 식이고 내부는 바로크식이라는 산토 도밍고 성당에 도
착해서안으로들어가니제대정면이 성인들상으로가득차있다.먼저온
팀의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본당 앞자리에 않아 왼쪽으로 연결된 바
로옆소성당을보니 온벽과천정과아치가성화와채색타일과금장식들
로 가득찼는데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하고 화려하다.
200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아마 실내장식을 하던 장인들도 어떻게
표현한다 해도 그분을 경배하고 드러내기엔 모자라다는 것을 느끼면서 했
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화려함에 취했던 때문인지 프에블로에 대한
다른 기억은 다 지워지고 하나도 나질 않는다.
우리 미사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가며 감탄을 연발한다. 목이 아프게 뒤
로 젖히고 천정을 보고 아치를 보며 앞자리에 가서 앉는다. 제대 정면에는
약간 위쪽으로 금빛 아치 속에 금으로 예쁘게 장신된 마리아 상이 있다. 신
부님께서 멀리 금으로 장식된 제대 뒤쪽에서 미사 준비를 하고 계신다. 신
부님이 조그맣게 보이신다. 미사가 시작되고 모니카 자매가 독서를 하며 훌
쩍인다.강론시작에 신부님께서언제이런성당에서미사를해볼수있겠
느냐는 말씀을 하신다. 성체성가 156번 ‘한 말씀만 하소서’를 부르다가 ‘영
원한 생명 주는 신비한 사랑’에서 목이 메인다. 이 여행 중의 매일 미사 때
마다무엇인가가 나의생각과말과 행위,모두를생각해보게한다.오랜
시간 동안 이곳의 성당에 들어오는 많은 순례자들의 간절한 기도 때문일
까, 약간 머리가 띵해진다. 본당 한 쪽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기도하는
율리아나자매의 뒷모습을 찍고 성당을 나온다.
복잡한 돌길을 걸어 르네상스식 건축물이라고 하는 주교좌 성당 앞에 섰
다. 정문이 고색창연한 육중한 나무문이었다. 성당을 돌아보고 있는데 파
이프 올겐 소리가 너무나 웅장하고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우리 가이드의 청
으로 특별히 연주를 한 모양이다. 잠깐이었지만 벽의 장식들에 부딪치고 높
은 천정과 아치를 돌아 내 귀에 닿는 올겐 소리에 압도되어 두손을 모으고
조용히 듣는다.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면서 저절로 죄인임을 고백할 것
같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유럽풍의 육중한 석조 건축물들이 즐비한 길을 한
줄로 서서 걸어간다. 이곳에서는 유명한 식당인 것 같다. 몇 대에 걸친 전통
식당이라고 한다. 오래된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건물 가운데 로마식
정원처럼 조그만 노천 정원에 파라솔과 테이블들이 놓여 있다. 가이드가 얘
기한 몰래와 함께 전통 음식들이 차려진 뷔페 식당이다. 몇 가지 음식을 조
심스럽게 들고 와 테이블에 앉으니 악기를 들고 몇 사람이 들어온다. 멕시
코 민속 음악의 한 장르인 마리아치 연주자들이다. 기타와 노래도 좋았지만
깔고 앉은 나무통을 두드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성당 안에서의 음악과
상반되게 나를 표현하고 싶은 흥이 있으면서도 어딘가 아련하게 구슬픔이
섞여 있다. 잠시 리듬에 취하면서 대화를 하고 사랑을 듬뿍 나누고 식당을
떠난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치유의 성모 성당 아래 도착한다. 300여 개의 성당
이 있었다는 촐롤라 지역이다. 멀리 언덕 꼭데기에 노란 성당이 보인다. 높
다. 내 느낌에는 십자가가 있는 첨탑의 돔이 이슬람 형식이 섞인 것 같기도
하다. 그 동안 열심히 다니시던 토마스 형제님은 버스에 남기로 하고 우리
모두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돌길과 흙길과 계단을 서로 부축하며 오른
다. 여태까지 느끼지 못했던 고산지대 증상이 내게 나타난다. 숨이 차면서
머리가 지끈지끈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하면서 쉬엄쉬엄 천천히 따라간
다. 잠깐 땀과 피와 고통으로 골고다 언덕을 오르셨던 예수님을 생각한다.
성당으로 들어가 제대 뒤쪽으로 들어가니 성모님 상이 있고 성모님의 드레
스가 장 가득히 들어 있다. 때마다 옷을 갈아입혀 드린다고 한다. 몇몇은 치
유의 성수대로 올라가 기도를 하고 조그만 비닐 봉지에 성수를 가지고 나온
다.조금더들어가니벽에온통금으로된장미가그득하다. 그벽가운데
초라한 모습의 십자가가 걸려 있다. 예수님은 이곳에서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실까 생각하며 성당을 나온다. 온 도시가 내려다 보인다. 도시 끝에는
활화산이 내뿜은 수증기가 산 정상에 구름처럼 걸려 있다. 이 성당도 피라
미드를 덮고 그 위에 세워졌다고 한다. 내려오며 보니 여기저기 피라미드
흔적들의 위용이 대단하다. 지금은 다시 그 유적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한
다. 어쨌거나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바람은 시원하다.
멕시코시티로 돌아와 짜장면 집으로 들어간다. 1970년대 시골 중국집 같
다. 짬봉과 짜장면을 기호대로 시켜 먹고 걸어서 호텔로 돌아온다. 어두워
졌는데도 왕래하는 사람이 많다. 순례의 마지막 밤을 그냥 들어가기도 그렇
고 그동안정이많이들어헤어지기도서운해,안전하다는가이드의말에
우리 자매들은 멕시코시티 중앙 로터리에 있는 천사의 탑을 구경하기로 한
다. 활보하기 딱 알맞은 기온이다. 도시의 멋진 상가 앞을 조금 걸어 탑 부
근에 도달한다. 큰 도시답게 차의 왕래가 많다. 어렵사리 길을 건너 탑의 계
단에올라가 아이들처럼앉아웃고떠든다.알벨또형제는부지런히그모
습을 사진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