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분들 이야기 제 27편 김진숙(로사) 자매님 산티아고 가는길(마지막 편)

2012114

세상의 끝을 향하여, 세상의 끝에서

FINISTERRE SANTIAGO DE COMPOSTELA 3KM

아침 8시쯤 피니스테레 마을의 끝을 향하여 출발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였다. 해안
도로를 따라가다 대서양을 왼쪽으로 끼고 계속 아스팔트길로 올라갔다
. 얼마쯤 걸어가자 바다를
등지고 야고보상이 서 있었다
. 여기서 피니스테레의 등대까지는 3km.

한 시간쯤 걸어가니 드디어 옛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피니스테레의 등대가 보였다.
이 땅 끝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일몰 시간에 이곳에 오기 때문인지 아무도 볼 수 없었다
.

하얀 등대가 서 있는 절벽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바다를 바라보았다. 대서양 수평선은 끝없이
아득하고 절벽에는 가끔씩 검푸른 파도만 일렁거렸다
. 바위 위에 구리로 만든 순례자의 상징인
신발 동상이 놓여 있었다
. 절벽 끝에는 십자가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리스도가 2000년 동안 인류에게 선물한 이 거룩한 십자가 앞에 머리 숙여 돌을 올려놓았다.
옛 중세기 순례자들이 지구의 끝이라고 믿었던 이 절벽에서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식으로 순례 중에 입었던 옷과 신발을 태웠다고 하는데 십자가 앞에는 순례자들이 소지품 등을
태운 그을음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고 타다 남은 잔재들이 있었다
.

망망대해만 보이는 절벽 끝의 바위 위에 서 보았다. 고요 속에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 순례자 의식대로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태우려고 준비해 간 라이터를 켜는데
바람이 불어쉽지가않았다
.별문제없이순례의길을마치게해주고이지구의끝까지함께하여
나의 발을 감싸 준 고마운 양말이 마지막 순간까지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 십자가 앞에 다시한번돌을올려놓으며생각에잠겼다.체력,마음,생각의한계를
느끼게 해 준 긴 여정의 지나온 순간들이 절벽 아래 부딪치는 파도와 더불어 들어왔다 나갔다
반복하며 머릿속을 스쳐갔다
.

멀리서 밀려오는 시커먼 구름과 점점 거세게 부딪치는 파도가 신비스럽게 묘한 조화를 이루는
대서양을 바라보며 다시 바위 끝에 앉았다
.

초입에 세워진 거리를 나타내는 카미노 표지석에는 0,00km라 쓰여 있다. 세상의 끝인 종착점에
왔으니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뜻인가
? 끝과 시작은 같은 것인가? 나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여 이곳 땅 끝까지 왔다는 흔적을 남기고 돌아감에 만족하기로 했다
.

부둣가 식당에서 해산물 볶음밥 같은 빠예야를 점심으로 하고 오후 450분에 다시
산티아고행 버스에 올랐다
. 저녁 8시쯤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와 대성당 후문 옆에 옛 수도원을
개조해서 만든 알베르게의 독방으로 들어갔다
.

2012115

소중했던 시간, 순례를 마치며

마지막 날. Santiago를 떠나며

새벽 세 시에 잠이 깨어 3456시 시간마다 울리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종소리를 들으며 메모를 정리하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 아침 여섯 시 반에 대기 중인
콤포스텔라 공항으로 가는 택시에 앉으니 눈물이 나왔다
.

지독한 몸살 감기에도 하루도 낙오 없이 이 길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모든 만물
안에 존재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하게 해 주심에 감사를 드린다
.

또한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를 해서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순례의 길에 동행해준 남편의
사랑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며 번갈아 가며 전화를 해서 힘을 실어준 딸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

그리고 그동안 짧은 인연이었지만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또한
용감하게 순례길을 걸어준 나에게도 감사한다
.

불빛이 비치는 콤포스텔라 공항이 점점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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